[ESGKO 칼럼] ESG 잘하고 계시는지요? – 최남수 서정대 교수·전 YTN 대표이사

ESG는 이젠 경영의 대세가 됐다. 투자자가 발동을 건 ESG에 대해 금융기관, 신용평가사, 소비자 등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ESG 제도를 선도하며 착착 실행에 옮겨온 EU(유  럽연합)에 미국이 맞장구를 침으로써 ESG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도 뚜렷해지고 있다. 공시 측면에서도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지난해 11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발족시켜 기존 재무제표와 ESG 지표를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ESG는 공시 인프라의 골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과다한 측정지표로 인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K-ESG를 발표했는가 하면 관련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은 오는 2025년부터, 코스피 상장사는 2030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ESG에 잘 대응하고 있을까? 답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이다. 기업들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역량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상공회의소와 생산성본부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10곳 중 7곳은 ESG가 기업 경영에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ESG 경영 수준은 5점 만점에 2.9점에 불과하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선진국 기업을 10으로 했을 때 국내 대기업은 7, 중견기업 5, 중소기업은 4에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지배구조원이 공표한 2021년 ESG 평가등급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B등급 이하 기업의 비중이 1년 전의 68%에서 58%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개 중 6개 기업이 ‘불합격’ 판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부터 ESG 경영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기업이 내부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무 추진 기구도 운용하기 시작했다. 외부 평가기관으로 우수한 등급을 받기 위해 힘을 쏟으면서 좋은 성과를 올린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기구 설치나 외부 홍보만으로 ES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ESG 위원회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나 체질 개선 등 이슈에 대해 독립적인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 ESG가 경영 전반에 내재화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이슈들이 적지 않다.

ESG의 깃발은 먼저 든 투자자들은 지금의 기업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주로 기관들의 신뢰도를 조사하고 있는 에델만이 최근 내놓은 ‘압박받는 ESG 신뢰도’라는 제목의 자료가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를 보면 투자자의 82%가 기업들이 ESG 공시를 할 때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보다 뻥튀기하는 ‘ESG 워싱’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ESG는 관련 제도와 측정지표, 공시, 평가등급 등 기술적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성패 여부는 진정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SG는 환경과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투명 경영을 통해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 진심으로 전략을 포함해 경영과 생산과정 전반의 가치사슬에 ESG의 가치를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 그런 만큼 ESG는 일부 담당 직원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전 임직원이 왜 ESG는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가져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임직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영진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ESG 경영을 통해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업에서 세계적 풍력발전 기업으로 변신한 오스테드(Orsted)가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들려주는 얘기는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기술적 또는 재무적 도전으로 보이는 문제들이 사실은 리더십의 이슈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리더십을 중시했다.”

※해당 칼럼은 <한국보험신문>에 게재됐습니다.

Published in ESG 칼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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